21세기 새로운 칠죄종 1 - 환경파괴


너의 ‘종(種)’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


정홍규


교회는 전통적으로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를 일곱 가지 죄악의 근원 곧 칠죄종(七罪宗)이라고 가르쳐왔다. 2008년 3월에 교황청 내사원은 “1. 환경파괴 2.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는 유전자 조작 3. 과도한 부의 축적과 사회적 불공정 4. 마약거래와 복용 5. 윤리적 논란을 낳는 과학실험 6. 낙태 7. 소아성애”를 세계화 시대의 신(新)칠죄종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다달이 한 가지씩 다룬다. - 편집자 주


경북 영천군 화북면 오산리, 이 마을에 대안학교의 문을 연 지 10년 문지방을 넘었다. 본당신부가 아닌 단순히 이 마을의 주민으로서 자연의 리듬에 따라 살면서 아이들에게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통합된 개념인 ‘평화생태학’을 몸으로 체득하도록 학교에서 동고동락한 지도 4년째 접어든다.


이 자연학교는 ‘자연에 맞서는 인간’이라는 기존의 교육제도에서 ‘자연 속의 인간’이라는 콘셉트로 교육을 혁신해 보려고 끊임없이 시도 중이다. 왜냐하면 앞으로 올 미래는 자연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과연 가능할까? 불가능해 보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기존의 생활방식은 기존의 인간이 자연을 개발하고 파괴하는 세계관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교육도 그 선상에 놓여있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느리지만 중세의 종교개혁만큼 제2의 종교개혁이 일어나고 있다. 곧 ‘사람 중심의 구원’에서 ‘온 창조물들 사이의 상호 구원’으로 지평이 확대되고 포용되기 시작한 종교혁신도 아주 최근의 일이다.


평화 속의 생태, 우리 시대의 절박한 과제


그러나 큰 문제는 서서히 교회 안에 빨간 불이 켜지는 불길한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교회의 동력이 떨어져 세상의 빛이 되기는커녕 사회의 애물단지처럼 되어가는 데 비해, 많은 중산층 가톨릭인은 ‘풍요의 복음’이라는 낡은 생각을 향해 뒷걸음치고 있고, 사목자들은 확장주의 신학을 계속 교우들에게 써먹고 있다.


이제는 과학적 수치를 들먹이지 않아도 행성지구가 에너지 위기, 식량 위기, 기후붕괴 위기, 생물 다양성의 위기 등으로 아이들도 북극곰의 슬픔을 알고 있는데, 교회가 생태계 위기에 대해서 눈을 감고 교회확장 프로젝트만 개발하고 구원의 과제만 몰두하고 있다.


반면에 교우들이 경제적 상황이 계속 악화되어 ‘자발적 봉사나 나눔’마저 위협받게 되면 그 즉시 종교적 근본주의에 빠지게 되고, 정치적으로는 자본주의적 이익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서지 않았던가!


역사적으로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1990년에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세계 평화의 날 담화 곧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하는 평화, 모든 피조물과 함께하는 평화”를 발표하고, 2010년에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 “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라는 간절한 메시지를 인류에게 주었지만, 아직도 교회의 ‘생태복음화’는 너무 더디고 인식과 실천의 괴리가 심하게 느껴진다.


그 한 예로 서울대교구의 2013년 사목 비전이나 대구대교구 100주년 사목 비전을 보면 여전히 사람 중심의 선교에 매달리고 ‘평화생태’라는 용어 자체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평화 속의 생태라는 우리 시대의 절박한 과제에 대해 우리 교회가 동반하지 않고 통합을 하고 있지 않음을 각 교구의 사목교서들이 보여주고 있다.


생태적 감수성, 생태적 회심과 각성


사목적으로 환경파괴를 ‘신칠죄종’이라고 정의했지만 사목현장에서 환경파괴 문제로 고해성사를 보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교회가 녹색평화를 창안하기보다는 오히려 사회로부터 거꾸로 녹색의 물결에 도전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강정마을이나 탈핵 같은 이슈보다 더 많은 해결책을, 더 많은 목표를, 더 많은 연대를, 더 많은 회개와 성찰이 먼저 요청된다. 그러므로 환경파괴의 개인적 고해성사적 윤리를 넘어서 사회적 성화의 변화까지 동반할 때 생태적 회심과 각성이 새로운 대안의 발판이 될 것이다.


인류가 탄생한 이후 처음으로 인간도 하나의 ‘생물종’이라는 사실을 점점 더 자각하고 있다. 이 깨달음은 참으로 ‘불안한 축복’이다. 교회가 지속가능한 생명문화를 발전시키는 일의 중요성을 폭넓게 인식하여 우리가 직면한 모든 문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효과적으로 다루도록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서 “너의 종(種)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리스도교의 미래는 지구의 운명에 달려있다고 본다. 자연의 구원 없이 종교의 구원이 있다면 그것은 화성에서 물을 찾아 헤매는 것과 같은 짓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종교를 디자인하자는 것이 아니다. 행성지구에 대한 우리의 모든 종교적 전통에서 일어나야 할 새로운 ‘종교적 감수성’이다. 신칠죄종으로서 환경파괴도 윤리적 규범 이전에 생태적 감수성과 인간이 지구 위에 존재하는 다른 모든 살아있는 존재와 단일한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정홍규 아우구스티노 - 대구대교구 신부로 가톨릭 대안학교인 산자연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1월호]


21세기 새로운 칠죄종 2 -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는 유전자조작


다국적생명공학기업들과 맞서 싸워라


이기영


교회는 전통적으로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를 일곱 가지 죄악의 근원 곧 칠죄종(七罪宗)이라고 가르쳐왔다. 2008년 3월에 교황청 내사원은 “1. 환경파괴 2.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는 유전자조작 3. 과도한 부의 축적과 사회적 불공정 4. 마약거래와 복용 5. 윤리적 논란을 낳는 과학실험 6. 낙태 7. 소아성애”를 세계화 시대의 새로운[新] 칠죄종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다달이 한 가지씩 다룬다.


태초에 하느님께서 세상을 지으실 때 3일까지는 생명이 살 수 있도록 시공간을 조성하시고, 다음 3일 동안에는 그곳에 다양한 생명체들을 차례로 채우셨다. 그러면서 하신 말씀이 “보시니 좋았다.”(창세 1,4.10.12.18.21.25)였다. 창세기 1장 끝인 31절에서는 그 모든 ‘좋음’을 합쳐 “보시니 ‘참’ 좋았다.”고 맺으신다.


그런데 인간의 이기심과 권력욕을 충족시키려고 탄생한 현대 자본주의 물질문명이 무한경쟁의 덫에 빠져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창조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온난화로 대표되는 지구 환경파괴와 더불어 ‘유전자조작’은 생명의 창조질서를 무너뜨리는 중죄이다. 그래서 교황청에서는 현대인들의 죄악의 뿌리인 새로운 칠죄종에 유전자조작을 포함시켰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먹이사슬로 연결되어 있어 다른 식물이나 동물이 변형되면 결국 인간도 변형된다. 더 나아가 유전자조작 기술을 이용하면 인간을 목적에 따라 기능적으로 설계하고 대량으로 복제해 기계처럼 이용할 수 있어 인간의 존엄성은 사라지게 된다. 더욱이 체세포 복제기술과 로봇 및 정보화기술을 이용하면 앞으로 30-40년 내에 조물주의 자리를 대신할 무한권력을 가진 ‘영원히 죽지 않는 인간’이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와 지구 환경파괴 속도가 너무 빨라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우리 가톨릭교회는 NGO단체나 소비자들과 연대해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유전자조작을 막는 데 다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생명질서와 식량주권을 지켜야 한다


2008년 지구 환경파괴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국제시장에서 밀 값이 폭등하자 곡물파동으로 튀니지에서 배고픈 서민들이 폭동을 일으켜 독재정부가 전복되는 재스민 혁명이 일어났다. 시민혁명의 물결은 중동의 맹주인 이집트를 30년 동안 철권통치로 다스리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을 전복시키면서, 중동, 북아프리카, 아라비아 반도 일부 국가에서 민주화 촉구 시위를 촉발시켰다.


그런데 식량난이 터지면 해결책을 쥐고 있다고 목소리가 커지는 곳이 바로 유전자조작 곡물회사이다. 유전자조작 생물을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라 부르는데 유전자변형기법으로 생산된 유기체로서 생식이나 번식이 가능하지 않은 식물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유전자조작 생물은 주로 몬산토나 노바티스, 칼젠 등의 다국적 기업들이 개발해 전 세계에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이상기후 시대에 식량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선전되고 있다.


유럽에서 촉발된 유해성 논란으로 국제문제로 비화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경작지는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GM농산물의 총 재배면적은 1996년 처음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1년에는 세계 29개국에서 재배하며, 1억6천만 ha에 달하며 남한 총 경지면적의 8배나 된다.


미국이 6천900만 ha, 브라질이 3천30만 ha, 아르헨티나가 2천370만 ha로 전 세계 GM농산물 재배면적의 77%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콩(7천540만 ha)을 가장 많이 재배하며 다음은 옥수수(5천100만ha)이다. 주로 제초제 내성작물이 총 GM작물의 59%를 차지했으며, 여기에 해충저항성이 추가된 복합형질이 26%, 해충저항성만 가진 GM작물은 15%였다.


그런데 GMO는 생태계파괴는 물론이고 각종 사회문제를 유발시킨다. 유전자조작 농작물의 확산으로 생물다양성이 사라지면서 전통적이고 유기적인 방식으로 재배된 농작물들이 유전자조작 작물의 DNA로 오염되고 있다. 소농들이 사라지면서 식량자급률도 낮아져 빈부격차와 빈곤문제가 발생하고 전통농업 방식과 음식문화도 파괴된다. 유전자조작 작물을 이용한 대규모 산업농은 지속가능한 식량생산 체계보다는 기업이익에만 초점을 맞추므로 사회적 불평등과 빈곤, 자연자원의 착취를 더욱 가속시킬 것이다.


우리는 인류공동체의 가치인 ‘생명질서’와 ‘식량주권’을 지키고자 몬산토 등 다국적 생명공학기업들과 맞서 싸우는 일에 함께 동참해야 한다. 특히 30%도 되지 않는 식량자급률과 다국적 종자회사가 대부분의 재산권을 보유한 대한민국에서 토종종자를 보호하고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것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밥상머리교육과 도시농부학교


1998년, 음식물쓰레기를 이용해 발효사료를 만든 연구공로로 제6회 천주교환경상을 받은 이후 나는 환경생활수칙인 ‘환경십계명’과 재미있는 환경노래를 만들어 보급하는 등 실천환경교육운동에 나섰다. 몇 년 전부터는 일반인들의 건강과 일상에 좀 더 밀착된 환경운동의 일환으로 ‘밥상머리교육운동’을 시작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려고 집안대대로 내려온 한강가 행주나루 텃밭에 40평 규모의 ‘밥상머리교육원’을 만들고 있다.


올해 봄부터는 학생과 교사들은 물론 부부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식구들이 모여 밥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건강과 인성교육이 어우러진 ‘밥상머리교육’을 시작할 예정이다. 더불어 직접 농사를 짓는 ‘도시농부학교’도 운영해 농약과 화학비료는 물론 비닐하우스도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순리에 따라 농사짓는 자연농법을 가르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 땅에 수천 년 내려온 우리 토종종자를 구해 심고, 석유로 움직이는 농기계 대신 전통 농기구를 사용하는 농사법도 가르칠 준비를 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유전자조작종자 대량살포에 맞서 우리 토종종자를 지키는 일이야말로 자연생태계의 건강을 지키고 우리의 건강과 미래를 지키는 값진 일이기 때문이다.


이기영 바오로 - 독일 베를린 공대에서 식품생물공학부 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호서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식품생물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98년 제6회 천주교환경상, 2003년 제1회 EBS자연환경대상을 받았다. 초록교육연대 상임대표로 「노래하는 환경교실」, 「음식이 몸이다」 등 여러 권의 책을 냈다.


[경향잡지, 2013년 2월호]


21세기 새로운 칠죄종 3 - 과도한 부의 축적과 사회적 불공정


바늘귀를 통과한 낙타, 유일한 박사


문국현


교회는 전통적으로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를 일곱 가지 죄악의 근원 곧 칠죄종(七罪宗)이라고 가르쳐왔다. 2008년 3월에 교황청 내사원은 “1. 환경파괴 2.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는 유전자 조작 3. 과도한 부의 축적과 사회적 불공정 4. 마약거래와 복용 5. 윤리적 논란을 낳는 과학실험 6. 낙태 7. 소아성애”를 세계화 시대의 새로운 칠죄종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다달이 한 가지씩 다룬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더 쉽다”(루카 18,25).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비유다.


실제로, 지난 수천 년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하여, 백만장자였지만 그분만큼은 반드시 천국에 가셨을 것이라고 만인에게 확신을 주는 부자가 그리 많지 않다. 생전에도 숭앙이나 존경을 받기는커녕, 살아있는 내내, ‘수전노’니, ‘돈벌레’니, ‘큰 도둑’이라 불리면서, 저주받거나 경멸받기 십상이다. ‘부’를 축적하는 과정이 정당하지 못했거나 약탈적이었거나 파괴적이었던 것이 그 원인이었다.


그러나 반드시 천국에 들어가 계실 것이라고 필자가 믿는 백만장자가 몇 분 계신다. 그 가운데 한 분이, 유한양행과 유한킴벌리와 유한학원 그리고 유한재단의 창립자인 유일한 박사(1895-1971년)이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백만장자였다. 그가 미국에 홀로 간 것은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 그의 나이 불과 아홉 살 때였다.


대학을 다닐 때도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유일한은 약관 25세의 나이에 ‘라초이’라는 식품 벤처의 성공을 통해, 일약 백만장자가 된다. 미국인 의사 호미리 여사와 결혼에도 성공한다.


그런 그가 미국에서 백만장자 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일제의 식민지가 된 고국을 구하고, 동포를 구하겠다고 위험을 무릅쓰고 귀국하여 초유의 현대식 기업 유한양행을 설립한 것이 1926년이다.


일제에 쫓겨, 1936년 미국으로 되돌아가서도 10년간이나 독립운동에 헌신한다. 1946년 귀국해서도, 그는 백만장자이면서도 교육자와 사회개혁자의 길을 걸었다.


1971년, 유일한은 타계할 때 전 재산 55억 원(요즘 돈으로 5,500억 원 이상 가치)을 자녀들이 아닌 사회에 전액 기증하였다. 사랑하는 아내에게조차 “호미리, 평생 당신을 사랑하였소.”라는 유언만 남겼을 뿐이다.


청부정신과 나눔정신으로


그런 유일한이 내게는 평생의 등대였다. 나는 ROTC 장교 복무를 마친 바로 다음 날, 유일한 박사님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창립한 신설회사 유한킴벌리에 입사했다.


당시에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대기업이었던 삼성그룹에서 오라는데도 가지 않고, 아버님이 하시던 기업도 마다하고 당시 조그마한 합작 중소기업이었던 유한킴벌리로 가는 필자를 주변에서 걱정도 많이 하고 만류도 참 많이 하였다.


그러나 유한킴벌리와 유한양행에서 보낸 나의 33년여는 희열과 보람의 연속이었다.


첫 보람은 “우리 강산 푸르게푸르게”라는 나라사랑, 조림 캠페인을 1984년 시작하여, 30년이 된 오늘날까지도 많은 국민이 사랑하는 환경과 자연사랑 국민운동으로 발전시켜 국토환경도 살리고, 기업도 존경받게 된 일석이조의 일이다.


두 번째 보람은 1997년 외환위기와 대량실업에 대비하여 ‘생명의 숲 국민운동’을 창설하여 수십만 명의 전문직 일자리를 숲을 통해 창출했을 때였다.


위기에 빠진 수십만 명의 생명과 건강을 숲과 일을 통해 지켜내고, 그 가족들에게 평화와 위안을 주고, 전문직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수십억 평의 숲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어, 1석 4조의 획기적 효과를 본 것이다. 공유가치 창출운동의 새로운 모델이었다.


세 번째 보람은 대재벌들의 시장 참여와 미국과 일본 최대의 생활용품 초대형 기업들이 일시에 작은 한국 시장으로 들어와, 유한킴벌리의 기반이 완전 붕괴되었던 1995년 사장이 되어 13년여를 이끌면서, 단 한 명의 직원도 해고나 낙오시키지 않고, 함께 노력하여,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가장 윤리적인 기업’, 그리고 ‘가장 가족친화적인 기업’, ‘가장 환경친화적인 기업’으로 선정되었을 때였다.


또 하나 잊지 못할 보람은, 2006년 서울과 인천을 잇는 1번국도 부천구간에 기업인의 이름을 딴 ‘유일한로’가 최초로 개설되면서, ‘나눔의 거리’, ‘신뢰의 문’이 개통되어, 유일한의 청부(淸富)정신, 나눔정신이 확산되는 계기를 만들었을 때였다.


유한킴벌리는 분명 백만장자의 기업으로 탄생되었지만 올해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착한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부’가 문제가 아닌 것이다. 어떤 ‘부’냐, 어떻게 버느냐, 그리고 어떤 꿈을 가지고 사업을 하고 있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꿈을 주는 나라


‘이윤의 극대화’, ‘부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제3기 자본주의라고 일컫던 신자유주의는 이제 전 세계 어디에서나 종말을 고하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못하던 탐욕이 인간과 가족과 사회를 파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뿐인 자연, 지구마저 약탈하고 파괴하여, 격심한 기후변화와 문명의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일찍이 피터 드러커(1909-2005년)는 ‘신자유주의’와 ‘이윤극대화’에 반대하며, 기업과 ‘부’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였다. 드러커에 따르면, 기업이란 사회적 모순과 환경적 폐해를 증대시키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 혁신을 통해 문제점들을 축소시켜 나가면서 공익을 신장시키고, 사회를 이롭게 하며, 이윤을 창출하는 ‘창조적 파괴’ 과정을 지속하는 주체여야 한다.


사회적 양극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해지고, 빈부격차가 심해 자살률 세계 1위, 부패도 OECD 1위, 출산율 최저를 기록하며 젊은이들에게조차 꿈이 없는 나라가 되어버린 우리 대한민국에, ‘청부(淸富)’들이 많이 늘어나, 좋은 일자리도 많이 만들고, 자연환경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부자들도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문국현 그레고리오 -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고 2006년 제19회 경영자대상을 받았다. 2007년 창조한국당 대표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제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10년부터 뉴패러다임인스티튜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3월호]


21세기 새로운 칠죄종 4 - 마약거래와 복용


또 다른 쾌락의 세계?


김지연


교회는 전통적으로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를 일곱 가지 죄악의 근원 곧 칠죄종(七罪宗)이라고 가르쳐왔다. 2008년 3월에 교황청 내사원은 “1. 환경파괴 2.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는 유전자 조작 3. 과도한 부의 축적과 사회적 불공정 4. 마약거래와 복용 5. 윤리적 논란을 낳는 과학실험 6. 낙태 7. 소아성애”를 세계화 시대의 새로운 칠죄종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다달이 한 가지씩 다룬다.


중독은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인간’인 우리의 지능과 의지력을 지배하고 결국 전인적으로 타락하게 한다.


마약중독의 실태


인터넷 신문인 「헬스경향」(2013.1.18.)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민 8명 중 1명이 중독자로 이른바 ‘중독사회’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4대 중독은 도박, 알코올, 인터넷, 마약이며, 우리 인구 약 5,000만 명 중 중독자는 618만 명에 이른다(이해국, 2012년). 이중에서 마약중독자는 10만 명이며, 이들을 위한 사회 · 경제적 비용은 2조 5,000억 원이 든다.


마약은 자신의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를 병들게 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와 우리 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심각한 것은 마약중독은 반드시 2차 강력범죄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마약중독의 환각상태에서 발생하는 강력범죄의 위험도는 매우 높으며, 이로 인해 국가질서가 위태로워지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40대 마약사범의 경우 2001년 2,667명으로 전체 마약사범 9,148명 중 26.4%의 비율을 차지했으나, 2007년에는 37%인 3,939명으로 증가했으며, 50대의 경우도 2001년 560명(5.5%)이었던 것이 2008년 1,173명(11%)으로 배 이상 증가했고, 60대 이상도 2001년 429명(4.2%)에서 2007년 709명(6.7%)으로 증가하는 등 마약에 손을 대는 연령층이 확산되고 있다.


직업군도 다양해지고 있다. 2011년 마약범죄백서 분석 결과, 마약을 사용 또는 공급하는 사범의 직업군 중 생산 · 근로계층인 20-40대 무직자가 지난해 전체 마약사범류의 73%를 차지하는데, 직업별로 보면, 무직이 32.5%로 가장 많았고, 농업 4.0%, 노동 3.8%, 서비스업 2.9%, 유흥업 2.6% 순이며, 금융서비스업, 회사원 등 화이트칼라층과 주부층도 증가하고 있다. 마약의 밀매와 유통 경로 또한 다양화되고 있어, 유흥가, 조직폭력배, 인터넷 주문과 소포, 국제우편이나 택배, 연예계를 중심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일반인들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2012년 관세청 국제마약정보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적발된 마약류는 232건, 33.8kg(636억 원 상당)이며, 전년대비 건수는 33%, 중량은 15%로 각각 늘었다. 종류별로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 116건, 20.9kg으로 69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며, 신종마약류 일명 스파이스(JWH-018) 등 합성대마가 27건(7kg), 대마는 46건(2.5kg) 등이 단속에 걸렸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핫이슈가 되고 있는 항정신약물인 PCP, 마취제 미다졸람, 2011년에 마약류로 지정된 프로포플(일명 우유주사)에 이르기까지 마약의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마약중독의 특징


세계보건기구(WHO)의 마약중독 진단기준은 ① 한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자꾸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의존성), ② 사용할 때마다 양을 늘리지 않으면 효과가 없으며(내성), ③ 사용을 중지하면 온몸에 견디기 힘든 이상을 일으키며(금단증상), ④ 개인에게 한정되지 않고 사회에도 해를 끼치는 상태를 말한다.


마약은 사용을 중단하게 되면 격렬한 금단증상, 내성과 중추신경계의 변화 등을 일으켜 마약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되며, 종국에 가서는 육체적, 정신적, 영적으로 황폐화시키는 물질이다.


마약중독의 원인으로는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유전적 요인과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요인 등이 있다. 최근의 사회문제인 고령화사회, 저출산, 청·장년층의 실업문제 등이, 한창 돈을 벌어야 하는 생산계층인 청·장년층을 마약이라는 순간적 만족과 쾌락에 빠져들게 하고 결국 중독자로 타락하게 만든다.


하느님의 사랑 실천이 전인성 회복 원천


우리 사회에서는 낙인효과에 따라 마약 중독자를 범죄자로 인식하며, 무관심과 선입견, 적대감 등으로 가득 차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인간의 생명 회복과 치료와 예방을 위한 작업의 제일차적 귀감은 참사랑 실천이다.


이것은 유일하고 진실하고 분리될 수 없는 그리스도교적 가족 사랑을 뜻한다. 그리스도교적 모델 가정은 마약중독자인 가족 구성원을 위해 고통과 희생을 실천하기도 하며, 무한한 그리스도적 애정을 나눠주기도 하는 곳이어야 한다.


몇 해 전 외국에서 유학하던 학생과 그의 부모가 우리 사목센터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어린 아들을 조기유학 보내 고등학교까지 무사히 졸업하고 명문대학에 합격해 기뻐했는데, 기쁨도 잠시 학교 측에서 학부모 면담을 요청하며, 아들이 마약복용을 한 정황이 있어 마약중독치료를 받은 확인서를 첨부해야 조건부 입학을 허가하겠다는 것이었다.


아들과 상담을 해나가면서, 어린 소년이 낯선 이국땅에서 부모와 떨어져 불안감도 감추고 무조건 잘 적응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언어의 한계 등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도구가 마약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마음이 몹시 아팠다. 다행히도 짧은 여름 방학기간에 이 학생은 마약중독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대학에 입학했다.


이처럼 개인의 신체적 · 정신적 · 영적인 건강을 균형 있게 유지하려면 건강한 가정이 버팀목으로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한다. 건강한 가정들이 건강하고 희망적인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보여주신 참사랑의 실천, 곧 겨자씨 한 알을 귀히 여겨 잘될 것이라는 믿음과 미래에 대한 소망, 헌신적인 사랑의 실천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 생각한다. 하느님의 참사랑을 가정 안에서 실천하는 것이 마약중독에서의 진정한 탈출이고 부활일 것이다.


김지연 클라우디아 - 서울대교구 단중독사목위원회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에서 10년째 상담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복지학으로 석사학위를, 가족치료와 가족상담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와 국민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4월호]


21세기 새로운 칠죄종 5 - 윤리적 논란을 낳는 과학실험


‘가시를 품은 장미, 양날의 칼’ 과학


전창호


교회는 전통적으로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를 일곱 가지 죄악의 근원 곧 칠죄종(七罪宗)이라고 가르쳐왔다. 2008년 3월에 교황청 내사원은 “1. 환경파괴 2.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는 유전자 조작 3. 과도한 부의 축적과 사회적 불공정 4. 마약거래와 복용 5. 윤리적 논란을 낳는 과학실험 6. 낙태 7. 소아성애”를 세계화 시대의 새로운 칠죄종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다달이 한 가지씩 다룬다.


과학은 매력적인 자태를 뽐내지만 가시를 가진 장미이며, 자칫하면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양날을 가진 칼이다. 칼이 그 예리함을 더해갈수록 진중하게 다루어야 함에도 ‘과학실험’이라는 미명 아래 인류는 너무나 많은 죄악을 저질러왔다.


충격적인 인체실험


일본군 731부대의 ‘마루타’ 실험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조선인, 중국인 등을 대상으로, 탄저균, 천연두균을 주입하여 감염과정을 조사하고, 총기 관통력실험, 인체 저온실험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독일도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다인을 대상으로 눈에 염색약 주입, 강제 근친교배, 인공 샴쌍둥이 생존실험, 불임시술, 충격요법 등을 자행하였다.


1932년 미국 공중보건국에서는 알라바마주 터스키기의 흑인들이 매독에 많이 감염되어 있고 가난하여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매독이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관찰하고자 하였다. 이 실험은 1943년 매독을 치료할 수 있는 페니실린이 나온 이후에도 계속되었고, 해당 지역 의사들에게 생체실험에 참여(?)한 흑인들이 내원할 경우, 치료하지 말고 돌려보내라고 하였다.


미국 정부는 1946-1948년에도 과테말라에서 페니실린의 효능을 검증하려고 교도소와 정신병원 수감자에게 고의로 성병을 감염시키는 임상실험을 실시하였다. 무려 5,500명에게 생체실험을 하였으며 9세 소녀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중앙정보국(CIA)의 주도로 1940년대에서 1973년까지 2,500만 달러를 들여 인간을 대상으로 ‘심리 및 인간행동 조절’이란 연구를 하였다. 이는 약품, 전기 쇼크, 방사선, 초음파 등을 사용하여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조절하는 것이다.


전쟁포로와 죄수들을 대상으로 실험이 이루어졌고, 마약, 에틸알코올 등을 투여하거나 최면술 등으로 진실을 말하게 하는 실험 등이 이루어졌다. ‘엉겅퀴’라고 이름 붙인 이 연구계획에는 44개 대학과 80개 연구기관이 참여하였고 미국의 정부기관들이 지원하였다.


인체실험에 대한 법적 규제


비윤리적인 인체실험을 규탄하는 노력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대전 중 극악한 인체실험에 참여했던 의학자들은 중형을 선고받았다. 1947년, 최종판결문의 일부로 10가지 조항의 ‘허용가능한 의학실험’에 대한 국제적 기준이 발표되고, ‘뉘른베르크 강령’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는 최초의 의학연구 윤리강령으로, ‘피험자의 자발적인 동의는 절대적으로 필수적’이며, 과학적인 목적을 위해서만 연구하고, 피험자의 건강과 복지가 절대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며, 적절한 시설과 적합한 자격을 가진 사람만이 연구할 수 있으며, 피험자는 언제라도 연구 참여를 그만둘 수 있게 하였다.


1964년 세계의사회에 의해 제정된 ‘헬싱키 선언’이 선포되었는데 이는 오늘날까지 인체대상 연구의 가장 대표적인 윤리기준이 되었다. 헬싱키 선언 이후 의학 연구자와 생명과학 연구자들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전문지침으로서 헬싱키 선언을 준수하게 되었다.


1991년 미국보건성은 인간피험자 보호규정을 제정하였고, 1996년 국제 표준화 임상시험 지침이 작성되어 신약개발을 위한 국제적인 임상시험 지침을 마련하였다. 국내에서도 2000년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기준이 수립되어 신약개발용 임상시험 지침을 마련하였다. 2001년 한국 의사 윤리지침, 2005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국가 생명윤리위원회, 기관 생명윤리위원회, 배아 생성 및 연구, 유전자 검사 연구에 대한 법이 규정되었다.


인류의 멸망을 불러올 핵실험


하지만 국가 주권 확립의 기치 아래 국가를 앞세운 비윤리적 과학실험은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원자폭탄 실험일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1945년에서 1998년까지 무려 1,851회의 핵실험을 단행하였다. 초기에는 대기권에서 실시되었으나, 방사성 낙진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로 핵실험에 대한 비난이 강해지자 1963년 미-소간의 부분 핵실험 금지조약을 계기로 점차 지하 핵실험만을 실시하게 되었다.


대부분 플루토늄을 사용하는데 지금까지 총 3.5톤의 플루토늄이 지구 환경에 퍼진 것으로 추정한다. 핵연료를 이용한 전지와 핵연료 재처리 과정에서도 플루토늄이 환경에 유출되었다. 플루토늄은 ‘인류가 만난 최악의 독물’로 일컬어지며, 플루토늄 239는 호흡에 의해 폐로 들어갈 경우 극미량으로도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 플루토늄은 반감기가 2만 4천 년으로 1,000분의 1 농도로 감소되려면 24만 년이 걸린다.


플루토늄은 자연계에서도 존재하여 환경에 유출된 플루토늄이 직접적인 위해 요소라고 간주하기 어렵지만, 인류는 원자로 등을 통하여 지금도 계속해서 방사성물질로 지구를 뒤덮고 있다. 인류의 멸망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이 방사성물질로 오염된 지구일 것이다. 또한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처럼 어떠한 형태의 자연재해로 지구의 반격이 시작될지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도 모두 인간을 중심으로 추론한 것이고, 핵실험에 의해 죽어가는 자연계의 생명체와 생태계는 처음부터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어, 인간 비거주 지역에서의 핵실험은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교황청이 선포한 새로운 칠죄종은 인류가 사수해야 할 최후의 마지노선이 아닐 수 없다. 인류의 잘못을 지적하고 이의 시정을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잘못을 저지른다면 인류에게 남는 것은 종말밖에 없을 것이다.


전창호 토마스 아퀴나스 - 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이며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이사 및 책임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세계 3대 인명사전(Who’s who, ABI, IBC)에 등재되었다.


[경향잡지, 2013년 5월호]


21세기 새로운 칠죄종 6 - 낙태


낙태허용법 제정, 그리스도인의 침묵 때문


송열섭


교회는 전통적으로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를 일곱 가지 죄악의 근원 곧 칠죄종(七罪宗)이라고 가르쳐왔다. 2008년 3월에 교황청 내사원은 “1. 환경파괴 2.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는 유전자 조작 3. 과도한 부의 축적과 사회적 불공정 4. 마약거래와 복용 5. 윤리적 논란을 낳는 과학실험 6. 낙태 7. 소아성애”를 세계화 시대의 새로운 칠죄종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다달이 한 가지씩 다룬다.


2013년, 금년은 모자보건법이 제정 공포된 지 40년이 되는 해다. 모자보건법은 얼핏 모자의 건강을 위하여 제정된 법처럼 보이나, 제14조에서 자(子) 곧 태아의 생명침해를 허용하고 있는 법이다.


정부는 이 법을 인구억제 정책의 도구로 삼아왔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략 2,000-3,000만 명의 태아들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된다. 그 결과 오늘의 우리 사회는 낙태만연은 물론이고 극심한 저출산과 자살 등 인간생명을 경시하는 풍조에 시달리고 있다.


낙태를 어떻게 생각하나?


사람들은 낙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어떤 사람은 낙태를 그저 혹을 떼어내는 수술의 일종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거나, 윤리적으로 나쁜 행위이지만 태어난 사람들을 위하여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라고 자위한다.


또 어떤 사람은 낙태를 여성의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곧 여성이 자신의 행복 추구를 위하여 낙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식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모성애 대신 태중 아기를 살해하는 것이 여성의 권리라고 주장하니 기막힌 일이지만, 그런 생각 이면에는 여성들의 아픔과 상처도 많았을 것이다.


어떻든 종교인이 50%도 넘는 이 땅에서 낙태만연이라니 안타까운 일이고, 종교인도 비종교인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 또한 부끄러운 일이다. 이러한 신앙과 생활의 괴리 저변에는 신앙이나 계명도 아랑곳하지 않는 지독한 이기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과연 낙태란 무엇인가? 낙태란 난자와 정자가 수정(임신)되어 출산되기까지 태중에서 인위적으로 초기 인간생명을 제거하는 행위다. ‘낙태’를 ‘인공임신중절수술’이라고 완곡하게 표현하는 사람도 있으나, 낙태란 단순한 수술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죽이는’ 행위다.


낙태를 정당화하려고 착상되기 전이나 태중의 아기는 인간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으나, 많은 생물학자들과 의학자들은 과학적 사실에 입각하여 각 인간의 생명은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단언한다.


우리 선조들은 임신되는 순간부터 아기의 존재를 인정하여 태어나면 한 살로 여겼다. 그리고 가톨릭 교리에 따르면, 인간은 난자와 정자가 수정 (임신)되는 순간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존엄한 존재로서 어느 단계에서든지 일관되게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한다.


그래서 교회는 “살인해서는 안 된다.”(탈출 20,13)는 하느님의 금령에 정면으로 거슬러 인위적으로 태중의 생명을 의약품이나 외과의술로 제거하는 낙태를 “가증할 죄악”으로 여긴다(「생명의 복음」, 58항). 흑인이나 백인을 차별할 수 없는 것처럼, 유다인이나 게르만족이나 차별할 수 없는 것처럼, 태어날 사람과 태어난 사람을 차별할 수 없는 것이다.


낙태문제에 침묵할 수가 없다


그러나 구 소련은 1920년에 낙태를 합법화하였고, 미국은 1973년 1월 22일에, 우리나라는 같은 해 2월 8일에 제한적이지만 낙태를 허용하는 법을 제정 공포하였다. 법이라는 힘을 빌려, 태어난 사람들이 태어날 사람들을 차별하여 처형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뒤 미국과 한국 모두는 빠르게 낙태가 증가하였다.


흑인노예 시대에는 흑인들이 차별에 항거하였고, 유다인 대량 학살 시에는 유다인들이 저항을 계속하였지만, 태아들은 소리를 낼 수도, 거리로 나설 수도 없어 침묵으로 절규할 뿐이었다. 모자보건법 제14조에는 나치의 인종차별주의 정신과 공산주의 유물론 사상이 녹아있지만, 민주화와 인권을 그토록 외치는 우리 한국사회는 모자보건법에 대해서만은 왜 그리도 침묵하고 관대한 것일까?


1985년, 매년 낙태가 150만 건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내용을 접하고 필자는 충격을 받았고, 그 이후 낙태문제에 침묵할 수가 없었다. 오늘날, 아이 한두 명이 차에 치어 숨지는 불상사가 일어나거나, 하루에 3-4명이 자살하면 온 사회가 난리인데, 하루 1,000여 명의 존엄한 인간 생명이 태중에서 희생되는 낙태에는 왜 그리도 침묵하는 것인가?


생명과 관련하여 살인, 자살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문제는 없겠으나, 낙태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아나 태아 문제는 인간생명 문제의 출발점이자 가장 밑바탕이기 때문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인간생명 문제의 첫 단추에 해당하는 배아연구와 낙태를 외면한다면 결국 인간생명의 마지막 단계에까지 생명경시 풍조가 파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1975년 미국 주교회의 생명운동지침서와 2010년 한국 주교회의 생명운동지침서에도 분명히 ‘낙태와 안락사’를 우선적인 문제로 다루고 있고, 복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도 회칙 「생명의 복음」에서 낙태와 안락사 문제에 우선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생명운동이 낙태문제에만 치우친다고?


가끔 필자는 “한국의 생명운동이 너무 낙태에 치우치는 것 같다.”는 말을 듣는데, 말 그대로 제대로 낙태에 치우쳐 활동한 적이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천주교회에서 두 번에 걸친(1992년, 2000년) 낙태반대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였지만, 날마다 거듭되는 태아들의 절규에 비하면 그저 작은 메아리에 불과할 뿐이다. 2006년 미국 생명운동 현장을 방문하고 매우 부러움을 느꼈다.


미국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는 8명의 박사급 전문 인력이 200만 달러 규모의 예산으로 생명운동을 이끌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자발적인 1,000여 개의 생명수호 단체들이 우선적으로 낙태문제를 해결하려고 애를 쓰고 있고, 이들 단체 중 국제생명수호회는 연간 300만 달러의 예산으로 26명의 직원이 생명수호운동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리고 1973년 낙태허용 판결 이후 매년 1월 22일 전후 수십만 인파가 워싱턴 국회의사당 인근에 모여 생명대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사정은 어떠한가? 우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는 2003년에 설립된 뒤 생명운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아직 전담자는 없다. 최근 서울 · 광주대교구, 청주 · 인천 · 수원 · 의정부 · 마산 · 전주교구 등에서 생명운동이 전개되고 있고, 전국 평신도사도직협의회와 여성연합회 그리고 레지오 마리애 단체가 생명운동에 협력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아직 일선 본당에까지 생명운동이 확산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회에서 10년 전부터 프로라이프 의사회 · 청년회 · 변호사회 · 교수회 등이 설립되어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고, 이분들의 노고로 미국보다 39년 늦은 작년에야 비로소 이 땅에서 생명대행진이 시작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태아보다 더 가난한 사람은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처럼,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러면 이 지구상에서 낙태의 위협을 받고 있는 태아보다 더 가난한 사람이 있을까?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태아를 가난한 사람들 중의 가난한 사람이라 하였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마더 데레사는 1994년 2월 3일 워싱턴 조찬기도회에 참석한 3천여 명의 정관계인사들에게 “낙태야말로 가장 큰 폭력”이라고 역설하였고, “낙태야말로 하느님을 죽이는 행위입니다.”라고까지 표현하였다. 그런데도 낙태문제에 관심을 가져도 되고 갖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최근 미국의 한 낙태 옹호자는 “낙태허용법이 제정된 것은 그리스도인들이 침묵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하였다. 옳은 말 아닌가?


펠릭스 3세 교황님(재위 : 483-492년) 말씀처럼 “거짓을 보고도 반대하지 않으면 거짓을 인정하는 것이요, 진리를 옹호하지 않으면 진리를 억압하는 자다.” 생명은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숭고한 가치이고, 낙태가 이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행위라면, 그리스도인들은 날마다 반복되는 1,000여 건의 낙태에 결코 침묵해서는 안 된다.


송열섭 카시미로 - 청주교구 복음화연구소 소장 신부로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총무를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6월호]


21세기 새로운 칠죄종 7 - 소아성애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짓밟히는 지금 여기


유혜숙


교회는 전통적으로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를 일곱 가지 죄악의 근원 곧 칠죄종(七罪宗)이라고 가르쳐왔다. 2008년 3월에 교황청 내사원은 “1. 환경파괴 2.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는 유전자 조작 3. 과도한 부의 축적과 사회적 불공정 4. 마약거래와 복용 5. 윤리적 논란을 낳는 과학실험 6. 낙태 7. 소아성애”를 세계화 시대의 새로운 칠죄종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다달이 한 가지씩 다룬다.


일반적으로 소아성애자(小兒性愛者)는 아동 · 청소년에게 성적 관심을 가지거나 아동 ·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성폭력 중에서도 가장 문제시되는 것이 바로 아동 · 청소년 성폭력이다. 아동 · 청소년 성폭력은 법적으로는 넓게 보면 미성년자인 20세 미만의 아동 · 청소년에 대한 성폭력, 좁게 보면 13세 미만의 아동에 대한 성폭력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2항에서는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에 대하여 규정하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자의교서 「성사의 성성 보호」 제6조에서는 ‘18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성추행에 대하여 규정한다.


임상심리학적으로는 ‘발달단계가 앞선 사람이 발달단계가 늦은 사람에게 성적 만족을 취하려고 벌이는 성적 행위’로도 정의된다. 이에 실제 연령은 성인이지만 정신 연령이 낮은 정신지체장애인 역시 이 범위에 포함된다.


증가하는 아동 · 청소년 성폭력


아동 · 청소년 성폭력은 아직까지 성적 차원의 인식 능력조차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아동 · 청소년에게 강제로 성폭력을 행사하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평생 지울 수 없는 아픔과 상처를 남기며 그들이 성장하는 데 커다란 고통과 어려움을 제공한다. 절대로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중대한 성범죄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성범죄가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이다.


아동 · 청소년 대상 성범죄가 연일 뉴스의 한 면을 장식하고 있다. 경찰청이 발표한 ‘2011 범죄 통계’에 따르면 아동 · 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건수는 2007년 857건, 2008년 1,203건, 2009년 1,359건, 2010년 1,922건, 2011년 2,054건으로 계속해서 급증하는 추세를 보인다.


전체 성범죄 중 아동 · 청소년 대상 성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7년 6.4%에서 2011년 10.5%로 증가하였다. 전체 성범죄 10건 중 1건 이상이 아동 · 청소년 대상 성범죄라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아동 · 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건수는 세계 4위, 증가비율은 세계 1위를 차지한다 (경향신문, 2012년 9월 3일자, “한국의 아동 성범죄 발생률 세계 4위” 기사 참조).


성폭력 가해자의 연령 역시 낮아져 미성년자의 성폭력이 증가한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성폭력 연령대가 낮아졌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음란물에 접근할 수 있고 성을 상품화하는 현 세태와도 맞물린 중요한 문제이다.


성적 소수자로서 존중해야 한다?


성은 인간 삶의 기본 요소이며 생물학적으로, 존재론적으로 인간을 규정하고 인류의 존속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 요소이다. 이런 맥락에서 교회 역시 인간의 성을 죄악시하거나 불결함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보지 않고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베푸신 강복의 하나로 높이 평가한다. 인간의 육체와 성 역시 창조주 하느님의 업적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된다.”(창세 2,24)는 성경 말씀에 근거하여 결혼생활 안에서의 성행위만을 합법적인 성행위로 인정하며 결혼생활 이외에서 일어나는 모든 성관계를 비합법적인 성행위로 금지한다.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 간에도 사랑과 일치를 표현하고 새로운 생명을 창조할 목적으로 하는 성행위만을 허용한다. 교회는 올바른 성관계의 기준과 범위를 부부 간의 사랑과 일치, 출산의 관점에서만 고찰하는 것이다.


교회의 가르침과 달리 현대 성범람 현상은 아주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에는 동성애 합법화 추세와 더불어 소아성애도 정상적인 사랑의 한 형태로 인정하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동성애자를 성적 소수자로서 존중하듯이 소아성애자 역시 성적 소수자로서 존중해야 한다고, 동성애뿐만 아니라 소아성애도 선천적인 성적 지향의 일종이므로 개인의 노력으로 변화되기 어려운 질병이라고, 결국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죄를 근본적으로 판단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시고 개인의 죄성 여부와 죄책 정도를 판단하시는 분 역시 하느님이시다. 하지만 아직 발달단계와 성장단계에 있는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적 행동을 하는 사람은 설령 소아성애가 질병의 하나로 분류된다 할지라도, 설령 아동 · 청소년이 흔쾌히 동의했을지라도 윤리적, 법적으로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아동 · 청소년은 아직 육체적, 정신적으로 성장단계에 있어 그 동의 자체에 결함이 있으며, 그런 아동 ·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적 행동을 했다는 것 자체가 중대한 문제를 가진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 안에서 교육과 예방 프로그램 실시


최근 우리나라는 아동 · 청소년 대상 성폭력 방지를 위해 신상 공개, 전자발찌 부착, 화학적 거세, 친고제 폐지, 공소시효 폐지, 아동 · 장애인 범죄 엄단, 성범죄 전담반 출범 등 성폭력을 예방하고 이에 대처하려고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관련법을 개정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교회 역시 “성추행 피해자들을 도와주고 미성년자를 보호하도록 교회 공동체를 교육하는 적절한 절차를 마련하는 일”을 교구장 주교의 책무로 강조하고 “미성년자를 위한 ‘안전한 환경’을 확보하고자 교회 안에서 교육과 예방 프로그램들을 실시”하는 지역교회의 사목활동을 “현대사회에서 미성년자 성추행을 근절하고자 노력하는 본보기”로 제시한다.


또한 “미성년자 성추행은 교회법적 범죄만이 아니라 국법으로 소추되는 범죄”이므로 “그러한 범죄들을 지정 당국에 알리는 범죄 신고에 관한 국법 규정은 언제나 따라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러한 협력은 성직자가 저지른 추행 사건만이 아니라, 교회 조직 안에서 일하는 수도자나 평신도가 연루된 추행 사건들에도 해당”된다고 언명한다(교황청 신앙교리성, 「성직자의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 처리 지침 마련을 돕고자 주교회의에 보내는 회람서한」, 2011년 5월 3일).


성폭행(강간)은 상대방의 동의를 얻지 않고 불법적인 성관계를 하는 것으로, 순결을 거스르는 중죄가 되며 상대방의 자기 몸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여 정의를 거스르는 중죄가 된다. 피해자에게 사회적인 불명예를 가져오고 결혼생활에 파탄을 초래하며 미래의 결혼을 막을 수도 있다. 특히 아동 ·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행(강간)은 윤리적으로도 그 죄질이 더 중하게 평가되고 법적으로도 가중 처벌을 받게 된다.


다른 사람의 몸도 소중하다


이러한 성범죄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려면 우리 모두가 남녀의 만남과 친교, 사랑과 일치에 근간을 둔 성행위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고, 인간의 몸을 단순히 성욕을 채우는 도구나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성전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지체이며 성령의 궁전으로서 인식하며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확립해야 한다.


성의 영역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힘이면서 성적 욕구와 그 행위를 자제하는 덕인 순결과 정결의 가치를 고양하고, 순결과 정결의 덕을 지켜나가는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더 나아가 특별히 어린이들을 사랑하시고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친히 어린이들을 축복해 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아동 · 청소년에 대한 지극한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그들을 소중히 여기며 지켜주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몸을 잘 관리하고 보호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몸 역시 내 몸처럼 소중히 여기며 보호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유혜숙 안나 - 교황청 라테라노대학교 알폰소대학원을 졸업하고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