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신성사성 

발 씻김 예식 수정에 관한 교령

“주님 만찬 미사”

 (2016.1.6.)


주님 만찬 미사(In Missa in Cena Domini)에서 요한 복음 봉독 다음에, 사목적 이유로 필요하다면, 남자 12명의 발을 씻어 주는 예식을 거행하여 그리스도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베푸신 겸손과 사랑을 매우 생생하게 나타내도록 하였는데, 이는 성주간 예식을 개정한 교령 「우리 구원의 위대한 신비」(Maxima Redemptionis nostrae mysteria, 1955.11.16.)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로마 전례에서 이 예식은, 이날 미사의 따름 노래로 울려 퍼지는 예수님 말씀에서 드러나는 형제애에 관한 주님의 ‘계명’(Mandatum)이라는 이름으로 전수되었다(요한 13,34 참조).


이 예식을 거행하는 주교와 신부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시어’(마태 20,28 참조) ‘끝까지’ 사랑하시며(요한 13,1 참조) 온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당신 생명을 바치신 그리스도를 온전히 닮도록 초대된다.


미사 참석자들이 이 예식의 온전한 의미를 이해하도록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마 미사 경본』 주님 만찬 성목요일 저녁 미사의 예식 규정 11항 “선발된 이들이 준비된 자리로 나오면,”을 “하느님 백성 가운데 선발된 이들이 준비된 자리로 나오면,”으로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주교 예절서』의 301항과 299항 ㄴ의 “선발된 이들”도 “하느님 백성 가운데 선발된 이들”로 수정된다.) 그리하여 목자들은 모든 하느님 백성의 다양성과 일치를 보여 주는 소수의 신자들을 선발하는데, 여기에는 남자와 여자, 청년과 노인, 건강한 이와 병든 이, 그리고 성직자와 봉헌된 이와 평신도들을 두루 포함할 수 있다.


경신성사성은 교황에게 부여받은 권한으로, 로마 예법을 따르는 전례서들에 이 수정 사항을 적용한다. 목자들은 선발된 신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신자들도 이 예식에 의식적, 능동적, 효과적으로 참여하도록 적절하게 가르쳐, 자신의 고유한 직무를 올바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에 반대되는 것은 무효이다.


경신성사성에서

2016년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

장관 로베르 사라 추기경

차관 아서 로시 대주교


경신성사성


발 씻김 예식 수정에 관한 교령 해설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요한 13,15)


교황 성하의 요청에 따라 경신성사성은 발 씻김 예식 수정에 관한 교령 “주님 만찬 미사”(In Missa in cena Domini)로 『로마 미사 경본』의 발 씻김 예식에 관한 규정(제11항)을 수정하였다. 이 발 씻김 예식은 수세기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성목요일과 관련되어 있었고, 1955년의 성주간 예식 개정으로 파스카 성삼일이 시작되는 주님 만찬 성목요일 저녁 미사에서 거행할 수 있게 되었다.


요한 복음에 비추어 볼 때, 전통적으로 이 예식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곧 최후의 만찬 때에 그리스도께서 이층 방에서 당신 사도들의 발을 씻으며 해 주신 것을 따라 하고, 또한 이러한 섬김의 행위로 자기를 내어 주는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발 씻김이 계명(Mandatum)으로 불리는 것은, 발 씻김 예식에서 부르는 따름 노래의 시작 부분에 근거한다.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Mandatum novum do vobis, ut diligatis invicem, sicut dilexi vos, dicit Dominus, 요한 13,34 참조). 사실, 이 형제애의 계명은 어떠한 구분도 예외도 없이 예수님의 모든 제자가 따라야 할 가르침이다.


이미 7세기의 오래된 『예식』(ordo)에는 “대사제는 시종들의 발을 씻어 주고, 성직자들은 저마다 자기 성당에서 시종들의 발을 씻어 준다.”(Pontifex suis cubicularibus pedes lavat et unusquisque clericorum in domo sua)라고 나와 있다. 여러 교구와 수도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되어 온 이 예식은 12세기 『로마 주교 예식서』의 성목요일 저녁 기도 다음에, 그리고 13세기의 교황청 예식서에도 나온다(“12명의 차부제들에게 이 계명을 이행한다.”[facit mandatum duodecim subdiaconos]). 성 비오 5세 교황 때의 『로마 미사 경본』(1570년)은 이 계명을 이렇게 설명한다. “적절한 때에 제대보를 벗기고 나서 정해진 신호를 하면, 성직자들이 계명을 이행하기 위하여 함께 모인다. 상급 성직자가 하급 성직자의 발을 씻고 수건으로 닦은 다음 발에 입을 맞춘다.” 이때에는 따름 노래를 부르는데, 마지막 따름 노래인 ‘참사랑이 있는 곳에’(Ubi Caritas)를 부르고 나서 주님의 기도를 바치고, 섬김의 계명을 죄의 정화와 연결시키는 다음의 기도로 끝맺는다. “주님, 저희가 봉사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저희와 함께하여 주소서. 주님께서 당신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으니, 저희도 하라고 명령하신 주님의 일을 계속하도록 이끌어 주소서. 그리하여 저희 몸의 더러움을 씻어 낸 것처럼, 주님께서는 저희 마음의 죄를 모두 씻어 주소서. 이를 모두 이루시는 주 하느님께서는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Adesto Domine, quaesumus, officio servitutis nostrae: et quia tu discipulis tuis pedes lavare dignatus es, ne despicias opera manuum tuarum, quae nobis retinenda mandasti: ut sicut hic nobis, et a nobis exterioria abluuntur inquinamenta; sic a te omnium nostrum interiora laventur peccata. Quod ipse praestare digneris, qui vivis et regnas, Deus, per omnia saecula saeculorum). 이 미사의 복음에서도 드러나듯이 이 예식은 성직자들만 함께 모여 거행한다. 이 경본이 12명이라는 언급을 하지 않는 이유는, 이 예식이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 때에 이층 방에서 하신 행위를 단순히 따라 하는 것만이 아니라, 예수님의 제자라면 누구나 마땅히 실천해야 할 그 모범적 행위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1600년 『주교 예절서』의 ‘계명 곧 발 씻김’(De Mandato seu lotione pedum) 부분에 나온 설명이 좀 더 상세하다. 여기에서는 주교가 (저녁 기도 다음이나 점심 식사 때, 성당이나 회의실이나 알맞은 장소에서) ‘13명’의 가난한 이들에게 옷을 입혀 주고 먹을 것을 주며 자선금을 준 다음에 이들의 발을 씻고 수건으로 닦아 주며 발에 입을 맞추는 관습에 관하여 말하고 있다. 지역의 관습과 주교의 뜻에 따라 13명의 의전 사제들에게 이를 행할 수 있었지만, 주교는 관습적으로 의전 사제들을 선발하는 지역이라 하더라도 가난한 이들을 선발할 수도 있었다. “이렇게 하면 의전 사제들의 발을 씻어 줄 때보다 더 큰 겸손과 사랑이 드러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하여 발 씻김 예식의 이 뜻깊은 행위가 하느님 백성 전체에 적용되지 않고 성직자만을 대상으로 하였더라도, 예를 들어 『파리 미사 경본』(Missale Parisiense)에 나오는 것처럼, 가난한 이들이나 어린이들을 배려하는 지역 관습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 『주교 예절서』는 명시적으로 주교좌 성당과 의전 사제단 성당에서 거행되는 예식을 규정한 것이다.  


비오 12세 교황의 성주간 예식 개정을 통하여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의 거행이 다시 저녁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사목적 이유로 필요하다면, 미사 거행 때 강론 다음에 “12명의 남자를 선발하여” “제단 가운데나 성당의 회중석에서” 발 씻김 예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집전자는 그들의 발을 씻고 수건으로 닦아 준다(발에 입맞춤하는 것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성직자들만을 대상으로 제한하는 의미를 넘어서서 ‘12명의 남자’에 대한 지침에 따라 이제 공개적으로 회중 안에서 거행되는 것이다. 이 예식은 최초의 성목요일에 예수님께서 행하신 것과 그분 마음속에 지니신 뜻을 더 잘 이해하도록 해 주는 거룩한 재현과 같은 것으로서, 더욱 뚜렷한 모방의 표지가 되었다.


1970년의 『로마 미사 경본』은 얼마 전에 개정된 이 발 씻김 예식을 받아들이고 일부 요소들을 간소화하였다. 곧 ‘12명’이라는 숫자를 삭제하고, ‘알맞은 장소’에서 거행하도록 간소화하며 따름 노래 하나를 삭제하고 다른 따름 노래들은 짧게 정리하였다. 또한 따름 노래 ‘참사랑이 있는 곳에’(Ubi Caritas)는 예물 행렬 때에 부르도록 하였다. 그리고 예전에 미사 밖에서 따로 거행되던 예식의 마침 부분(주님의 기도, 계응 구절, 맺음 기도)은 삭제하였다. 그러나 ‘남자들’이라는 표현만은 [예수님께서 하신 것을] 따라한다는 의미를 보존하고자 그대로 사용하였다.


이번 수정은 하느님 백성의 모든 구성원 가운데에서 [발 씻김 받을] 사람들을 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뜻은 예수님께서 행하신 것을 겉으로만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보편적 차원에서 이루신 업적, 곧 인류 구원을 위하여 ‘끝까지’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시고 모든 이를 품으시는 사랑에 관련된 것으로, 모든 이가 예수님의 모범을 따르면서 형제자매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우리가 따라하도록 보여 주신 모범(요한 13,14-15 참조)은 물리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발을 씻어 주는 것을 넘어서서, 그 행위가 우리 이웃에 대한 가시적인 사랑의 봉사로 드러나야 하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로마 미사 경본』에서 발 씻김 예식의 거행 때에 부르도록 제시된 모든 따름 노래는 발을 씻어 주는 이들과 씻김을 받는 이, 그리고 예식을 지켜보는 모든 이에게 이 행위의 의미를 상기시키고 드러내 주며, 노래로 그 의미를 내면화하도록 이끈다.


주님 만찬 미사 때의 발 씻김 예식은 의무적인 것이 아니다. 사목자들은 사목적 이유와 여건에 따라 그 예식이 바람직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 예식을 타성적 인위적으로 거행하거나 심지어 그 의미를 상실한 채 그저 보여 주기 위한 연출 행사로 전락시켜서는 안 되는 것이다. 또한 이 예식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당신 몸과 피를 내어 주신 이 거룩한 날을 기념”(‘로마 전문’의 ‘고유 성인 기도’ 참조)하는 주님 만찬 미사 때 이 예식에만 초점을 맞추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강론 지침은 이 미사의 고유성 곧 성찬례와 사제직의 제정, 교회 안에서 모든 이를 향하고 모든 이를 위한 최상의 법인 형제를 사랑하라는 새로운 계명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사목자들은 하느님 백성 전체를 대표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선발해야 한다. 여기에는 특정 계층이나 신분에 속한 이들이 아니라 평신도와 성직자, 기혼자와 독신자와 봉헌된 이, 건강한 이와 병든 이, 어린이와 청년과 노인이 두루 포함되어야 한다. 선발된 이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이 예식에 기꺼이 참석해야 한다. 끝으로, 이 전례 거행을 준비하는 이들은 모든 사람이 이 예식에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계획하고 마련해야 한다. 복음에서 들은 ‘새 계명’의 기념인 이 예식은 주님의 모든 제자의 삶이 되어야 한다.



경신성사성

차관 아서 로시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