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 
2017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주간 담화문 

“화해,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
(Ⅱ고린토 5,14)


+ 평화를 빕니다.

2017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을 맞아 이 땅의 그리스도인 형제자매들과 선을 추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 가운데 계시며 우리를 돌보시는 하느님의 은총이 여러분들 모두에게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 더불어 올해의 기도 초안을 작성한 독일 그리스도인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1517년 독일에서 마르틴 루터는 당시 교회의 폐습을 시정하고자 95개 논제를 제시하였습니다. 그러나 교회를 개혁하고자 하는 루터의 의도와 달리 이후 서방의 그리스도교는 개신교와 천주교로 갈라졌습니다. 지난 오백년 간 개신교 신자들과 천주교 신자들은 서로를 형제자매로 여기기보다 불목하여 마치 남남처럼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독일의 그리스도인들은 올해를 루터 축제가 아니라 그리스도 축제로 지내기로 결정함으로써 그동안의 반목과 갈등을 극복하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회 개혁을 위한 부르짖음은 비단 오백년 전 유럽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그전에도, 또 그후에도 그러한 부르짖음은 도처에 있었으며, 누구보다도 한국교회가 개혁의 필요성과 그에 대한 요청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교회의 개혁은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움을 지향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교회 구성원들의 인간적 부족함에서 기인한 복음의 왜곡에서 벗어나, 예수 그리스도께서 원하신 교회의 본모습을 찾아가는 데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교회의 진정한 개혁은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라고 기도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뜻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일이 됩니다.

올해 일치기도주간은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Ⅱ고린토 5,14.20)라는 말씀을 중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선이 온 누리에 미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도께서 주신 사랑의 복음은 우리에게 밀려오고 우리에게 변화를 촉구합니다. 화해를 이끄시는 성령께서는 그리스도인들이 갈등과 반목에 머무르지 않고 서로 화해하기를, 궁극적으로는 하느님과 화해하도록 모두를 초대하십니다. 비록 교회의 분열이 큰 상처를 남기기도 했지만, 복음을 살아가는 여러 교회의 다양한 모습 안에서 복음의 풍요로움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므로 교회 일치는 복음에 따른 삶의 다양성을 부인하지 않고 각자에게 주어진 성령의 선물을 서로 인정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화해한 다양성을 지향합니다.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과 그리스도교 교단은 성령의 이끄심을 따라 하느님의 화해의 사절로서 자신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웃에게 눈을 돌립니다. 꿈을 실현할 수 없는 청년 실업자들, 가난으로 내몰린 노인들, 불안함 속에 살아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해방을 고대하는 북녘의 동포들과 함께하고 이들에게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서로 화해해야 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그리스도인 사이의 증오와 경멸, 그릇된 비난, 선입견과 차별을 극복하고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화해의 길을 걷는 모든 그리스도인 형제자매님들께 깊은 감사를 전하며 이 길을 함께 걷도록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초대합니다. 또한 이러한 풀뿌리 교회 일치 운동이 그리스도의 유일한 세례의 상호 인정과 소속 교단의 차이로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그리스도인 가정에 더 큰 도움을 가져오기를 고대하며 기도합니다.

화해의 사절로 우리를 이 땅에 파견하신 하느님의 은총이 모든 분들께 가득하시길 빌며 그 안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의 축제가 벌어지기를 기원합니다.

2017년 1월 18일

한국천주교 김희중 대주교
한국정교회 조성암 암브로시오스 대주교
대한성공회 김근상 주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 이성희 목사
기독교대한감리회 전용재 감독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권오륜 목사
한국구세군 김필수 사령관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회장 이동춘 목사
기독교대한하느님성회 총회장 오황동 목사
기독교한국루터회 총회장 김철환 목사